아침에 눈 뜨고 주먹을 쥐었다 펴는데 가운뎃손가락 하나만 굽은 채로 멈춰 있어요. 힘을 더 주면 ‘딱’ 하고 튕기듯 펴지면서 손바닥 쪽이 찌릿합니다. 낮에는 좀 덜하니까 대수롭지 않게 넘기다가, 어느 날은 다른 손으로 잡아 펴야 할 만큼 걸려 있어요. 손가락이 방아쇠를 당겼다 놓는 것처럼 움직인다고 해서 이걸 방아쇠수지라고 불러요.
관절이 고장 난 거라고 생각하는 분이 많은데, 문제는 관절이 아니라 힘줄이 지나가는 길이에요. 그래서 아픈 곳도 손가락 마디가 아니라 손바닥 쪽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소리 나는 곳 말고, 손바닥을 눌러보세요
손바닥을 위로 펴고, 걸리는 손가락이 손바닥과 만나는 주름 바로 아래를 엄지로 꾹 눌러보세요. 콩알만 한 멍울이 만져지거나 누를 때 아프다면 거기가 원인 자리일 가능성이 높아요. 그 상태로 손가락을 천천히 구부렸다 펴면 멍울이 오르내리면서 걸리는 느낌이 손끝에 전해지기도 합니다.
손가락을 굽히는 힘줄은 손바닥에서 손가락으로 들어갈 때 터널처럼 생긴 띠(활차, A1 pulley) 밑을 지나가요. 반복해서 쓰다 보면 이 띠가 두꺼워지거나 힘줄 일부가 부어서 혹처럼 굵어집니다. 굵어진 부분이 좁은 터널을 억지로 빠져나갈 때 걸렸다가 탁 풀리는 게 바로 그 ‘딱’ 소리예요.
그래서 이렇게 구분해 볼 수 있어요.
- 손가락 마디 자체가 붓고 뜨겁고 여러 손가락이 같이 아프다 → 관절 쪽 문제를 먼저 봐요
- 손바닥 쪽 한 자리만 아프고 굽혔다 펼 때 걸린다 → 방아쇠수지 쪽에 가까워요
- 엄지·검지·중지 끝이 저리고 밤에 손이 저려서 깬다 → 신경이 눌리는 수근관증후군을 따로 확인해야 해요
왜 하필 아침에 제일 심할까
자는 동안 손을 거의 안 움직이니까 부어 있던 힘줄이 굳은 채로 아침을 맞아요. 일어나서 손을 몇 번 쥐었다 폈다 하면 점점 부드러워지고, 오후엔 거의 안 걸리기도 합니다. 이 패턴 때문에 “쓰다 보면 풀리는 거니까 괜찮겠지” 하고 몇 달을 보내는 분이 많아요.
그런데 낮에 덜하다는 게 나아지고 있다는 뜻은 아니에요. 아침에 걸리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거나, 손가락이 굽은 채로 남아 있는 날이 생긴다면 진행하고 있는 겁니다.
엄지, 중지, 약지에 잘 와요
제일 흔한 건 엄지예요. 그다음이 중지와 약지고요. 엄지는 다른 손가락처럼 ‘딱’ 튕기기보다 끝마디가 잘 안 펴지는 느낌으로 오는 일이 많아서, 그냥 엄지가 뻐근하다고만 생각하기 쉬워요.
잘 생기는 사람도 어느 정도 정해져 있어요.
- 40~60대, 특히 여성
- 당뇨가 있는 분 — 여러 손가락에, 양손에 같이 오는 경우가 많아요. 혈당이 경계선이라는 말을 들은 적 있다면 공복혈당 이야기도 한번 읽어보세요
- 류마티스관절염, 갑상선 기능 저하가 있는 분
- 가위질, 칼질, 걸레 짜기, 아기 안기처럼 손을 꽉 쥐는 일을 오래 하는 분

김장철에 배추 수십 포기를 절이고 나서, 혹은 출산 후 아기를 안고 젖병을 쥐는 생활이 몇 달 이어지고 나서 처음 생겼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어요. 스마트폰을 한 손으로 쥐고 엄지로 오래 스크롤하는 습관도 엄지 쪽 부담을 늘립니다.
어디까지 왔는지에 따라 치료가 달라요
진료실에서는 손가락이 얼마나 걸리는지를 보고 단계를 나눠요. 대략 이렇게 생각하면 됩니다.
| 지금 내 손가락 | 대략적인 단계 | 보통 먼저 시도하는 것 |
|---|---|---|
| 손바닥이 뻐근하고 누르면 아픈데, 걸리진 않아요 | 초기 | 쉬기, 보조기, 소염진통제 |
| 걸렸다가 내 힘으로 ‘딱’ 하고 펴져요 | 걸림이 시작된 단계 | 위와 같이 하거나 스테로이드 주사 |
| 다른 손으로 잡아줘야 펴져요 | 진행된 단계 | 주사를 먼저 해보고, 안 되면 수술 상의 |
| 굽은 채로, 또는 편 채로 아예 안 움직여요 | 고정된 단계 | 수술을 우선 고려 |
초기라면 그 손가락을 덜 쓰는 게 기본이에요. 밤에 손가락을 편 상태로 고정하는 작은 보조기를 몇 주 차는 방법도 있고요. 아침마다 손가락을 억지로 ‘딱딱’ 꺾어 펴는 건 오히려 힘줄을 더 붓게 할 수 있으니 하지 마세요. 따뜻한 물에 손을 담근 채 천천히 쥐었다 펴는 정도면 충분해요.
주사는 힘줄 터널 안쪽에 스테로이드를 넣어 붓기를 가라앉히는 방법이에요. 한 번으로 좋아지는 분도 많지만, 오래 묵었거나 당뇨가 있으면 다시 걸리는 일이 흔한 편입니다. 같은 자리에 주사를 계속 반복하면 힘줄이 약해질 수 있어서, 몇 번 맞았는데도 재발한다면 그때는 수술 이야기를 꺼내게 돼요.
수술이라고 해도 크게 겁낼 일은 아니에요. 부분 마취로 손바닥을 1~2cm 정도 째고 두꺼워진 띠를 잘라 길을 넓혀주는 방식이 일반적이고, 바늘로 피부를 뚫어 띠를 끊는 방법도 있어요. 당일에 집에 가고, 손가락은 바로 움직여보라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상처가 아물 때까지 물 닿는 일이나 무거운 걸 드는 건 몇 주 조심해야 해요.
손가락이 펴지지 않은 채 굳었다면 미루지 마세요
걸린 채로 오래 두면 손가락 가운데 마디가 굽은 상태로 굳어버리기도 해요. 이렇게 되면 띠를 풀어줘도 손가락이 끝까지 안 펴지고, 수술 후 재활도 길어집니다. 아래에 해당하면 미루지 말고 정형외과에 가보세요.
- 아침에 굽은 손가락을 다른 손으로 펴야 하는 날이 일주일 넘게 이어질 때
- 손가락이 한 자세로 아예 고정돼서 안 움직일 때
- 손바닥 멍울 부위가 빨갛게 붓고 열이 나거나, 손가락 전체가 소시지처럼 부을 때 — 이건 방아쇠수지보다 힘줄 감염을 먼저 봐야 해서 빨리 가야 해요
- 당뇨가 있는데 여러 손가락이 한꺼번에 걸리기 시작할 때

진단은 대부분 손을 보고 만져보는 것만으로 내려져요. 다른 원인이 의심될 때 초음파로 힘줄과 띠 두께를 확인하는 정도입니다. 손목이나 팔꿈치 쪽 통증이 같이 있다면 그것도 함께 이야기해 주세요. 손을 많이 쓰는 분들은 테니스엘보처럼 다른 힘줄 문제가 겹쳐 있는 일도 드물지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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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콘텐츠는 일반적인 건강 정보 제공 목적이며, 의료 전문가의 진단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지속되면 반드시 의료기관을 방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