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외과 진료실에서 가끔 듣는 이야기가 있어요. 김장 배추를 들다가 “뚝” 하는 느낌이 났는데, 사흘을 참다 와서 찍어보니 척추뼈 하나가 내려앉아 있더라는 겁니다. 넘어진 것도 아니고 부딪힌 것도 아니에요. 배추 한 포기를 들었을 뿐입니다.
이런 분의 이야기를 거꾸로 따라가 보면 거의 같은 자리에서 멈춰요. 몇 년 전 손목, 그보다 더 전의 검진표. 골다공증은 그렇게 긴 시간을 조용히 지나와서 어느 날 배추 앞에서 터집니다. 오늘 글은 그 순서를 거슬러 올라가 볼게요. 맨 끝에 지금 할 일이 나옵니다.

올해 가을, 배추 한 포기
골다공증으로 생기는 골절 가운데 제일 흔한 게 척추예요. 그런데 척추는 부러진다기보다 주저앉아요. 벽돌처럼 생긴 척추뼈가 속이 비어 있다가 위에서 누르는 힘을 못 이기고 납작해지는 거라, 압박골절이라고 부릅니다.
이게 사고처럼 오지 않는다는 게 문제예요. 무거운 걸 들다가, 의자에서 엉덩방아를 찧다가, 심하면 재채기를 하다가도 생깁니다. 그래서 본인은 “허리를 삐끗했다”고 생각하고 파스를 붙이고 며칠을 보내요. 누우면 괜찮고 돌아누우려면 숨이 턱 막히게 아픈 게 보통 허리 염좌와 다른 점인데, 이걸 알고 구분하는 분은 드물죠.
한 번 주저앉은 척추는 옆 뼈에 부담을 넘깁니다. 대한골대사학회 자료를 보면 척추 골절을 겪은 사람 다섯 중 한 명은 1년 안에 또 다른 척추 골절을 겪어요. 그렇게 두세 마디가 내려앉으면 등이 굽고 키가 줄어요. 몇 년 사이 키가 4cm 넘게 줄었다면 그 사이 어딘가에서 척추가 소리 없이 내려앉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배가 나온 것도 아닌데 바지 허리가 조이고, 벽에 등을 붙였을 때 뒤통수가 안 닿는 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더 무서운 쪽은 엉덩이뼈, 그러니까 고관절이에요. 이건 거의 넘어져서 생기고, 생기면 걷지를 못하니 수술을 해야 합니다. 수술 뒤 1년 안에 세상을 떠나는 비율이 열에 두셋이라는 통계가 나오는 이유는 뼈 자체보다 누워 지내는 동안 오는 폐렴과 욕창 때문이에요. 골다공증을 “뼈가 약해지는 병” 정도로 가볍게 보기 어려운 게 이 대목입니다.
3년 전, 손목
배추 앞에서 척추가 내려앉은 분의 기록을 들춰보면, 몇 년 전에 손목이나 발목이 한 번 부러진 적이 있는 경우가 많아요. 빙판에 미끄러지며 손을 짚었고, 깁스를 한 달 하고, 잘 붙어서 잊어버린 골절이죠.
사실 그게 첫 신호였어요. 서서 걷다가 제 키 높이에서 넘어진 정도로 뼈가 부러지는 걸 의학에서는 따로 부르는 이름이 있을 만큼 의미 있게 봅니다. 젊고 건강한 뼈는 그 정도 충격으로 안 부러지거든요. 50대 이후에 손목이 부러졌다면 그 자체가 골밀도 검사를 받아야 하는 이유가 되고, 실제로 검사하면 이미 골다공증 범위에 들어와 있는 분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깁스를 풀 때 “뼈 검사 한번 해보세요”라는 말을 못 듣고 넘어가는 경우가 여전히 많아요. 손목은 붙었고 아프지 않으니 끝난 걸로 치는 거죠. 그 사이 뼈는 계속 비어갑니다. 골절을 한 번 겪은 사람이 다음 골절을 겪을 확률은 겪지 않은 사람의 두 배를 넘어요. 손목이 척추를 예고하고, 척추가 고관절을 예고하는 식으로 이어집니다.
12년 전, 54세 검진표
더 거슬러 올라가면 검진표가 나와요. 국가건강검진에서 골밀도 검사는 여성 54세와 66세, 딱 두 번 들어 있습니다. 왜 하필 그 두 나이일까요.
뼈는 30대 초반에 가장 단단하고 그 뒤로 서서히 줄어요. 여성은 폐경을 지나면서 뼈를 지켜주던 여성호르몬이 빠지고, 그 뒤 5년에서 10년 동안 뼈가 급하게 빠집니다. 한국 여성 평균 폐경 나이가 50세 안팎이니, 54세는 그 급한 내리막이 막 시작된 시점이에요. 여기서 한 번 보고, 내리막이 끝나고 골절이 본격적으로 늘기 시작하는 66세에 한 번 더 보는 구조입니다. 갱년기 증상이 열감만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갱년기 글에서 한 적이 있는데, 뼈는 그중에서도 증상이 아예 없는 쪽이에요.
54세 검진표에 “골감소증”이라고 적혀 나온 분이 꽤 됩니다. 50세 넘은 여성 절반 가까이가 여기 해당하고, 골다공증까지 간 비율도 셋에 한 명을 넘어요. 그런데 이 단어를 보고 병원에 가는 분은 많지 않아요. 아프지 않고, “증”이 붙었지만 아직 병은 아니라고 들리니까요. 12년 뒤 배추 앞에 설 사람과 아닌 사람이 갈리는 지점이 사실 여기입니다.
결과지의 숫자 하나
검사는 허리와 엉덩이뼈를 엑스레이로 찍는 건데, 옷 입은 채 5분쯤 누워 있으면 끝나요. 방사선량은 흉부 엑스레이보다 적습니다.
결과지에서 볼 건 T-score라고 적힌 숫자 하나예요. 젊고 건강한 사람의 뼈를 0으로 놓고 거기서 얼마나 떨어졌는지를 나타낸 값입니다. -1까지는 정상, -1에서 -2.5 사이가 골감소증, -2.5 아래로 내려가면 골다공증이에요. 허리와 엉덩이 두 군데 중 더 낮은 쪽 숫자를 씁니다. 옆에 Z-score라는 게 같이 찍혀 있는데, 이건 같은 나이 사람과 비교한 값이라 폐경 뒤 여성에겐 참고만 해요.
-2.5라는 선이 중요한 건 치료비 때문이기도 해요. 골다공증 약은 이 숫자 아래에서 건강보험이 됩니다. 2024년 5월부터 기준이 조금 풀려서, 약을 먹다가 -2.0까지 좋아져도 1년씩 보험을 이어갈 수 있게 됐어요. 전에는 -2.5를 넘기는 순간 보험이 끊겨서 좋아진 사람이 약을 끊고 다시 나빠지는 일이 되풀이됐거든요.

그래서 지금, 순서를 되돌리면
거꾸로 올라온 이야기를 이번엔 앞으로 돌려볼게요. 지금 어디쯤 서 있느냐에 따라 할 일이 달라요.
54세나 66세 검진을 앞두고 있다면
검진 항목에 들어 있으니 꼭 받으세요. 검진기관에 골밀도 장비가 없어서 빠뜨리고 지나가는 일이 있는데, 그러면 다른 기관에서 그 항목만 따로 받을 수 있어요. 결과지에 골감소증이 찍혔다면 그걸로 끝이 아니라 시작이에요. 2년 뒤쯤 한 번 더 찍어서 얼마나 빠지고 있는지 속도를 보는 게 다음 순서입니다.
그 나이가 아닌데 미리 봐야 하는 사람
국가검진은 두 번뿐이지만 건강보험으로 받을 수 있는 범위는 더 넓어요. 65세 이상 여성과 70세 이상 남성은 아무 조건 없이 보험이 되고, 그보다 젊어도 아래에 해당하면 됩니다.
- 40세가 되기 전에 폐경이 왔거나, 자궁이나 난소 수술로 일찍 폐경한 경우
- 스테로이드를 석 달 넘게 먹고 있는 경우
- 갑상선 기능이 넘치는 상태로 오래 지낸 경우
- 부모 중 한쪽이 고관절 골절을 겪은 경우
- 체질량지수 18.5 미만으로 마른 체형
- 그리고 앞서 말한, 가볍게 넘어졌는데 뼈가 부러진 적이 있는 경우
남자는 해당 없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은데 그렇지 않아요. 전체 골다공증 환자 중 남성이 적긴 해도, 남성이 고관절 골절을 겪으면 그 뒤 경과가 여성보다 나쁩니다. 술을 많이 마시거나 담배를 오래 피운 60대 남성이라면 한 번 찍어볼 만해요.
이미 -2.5 아래라는 말을 들었다면
약을 시작하는 쪽이 보통이에요. 먹는 약은 일주일에 한 번이나 한 달에 한 번 먹고, 주사는 반년이나 1년에 한 번 맞는 식이라 부담이 크지 않습니다. 어떤 약이든 몇 년 단위로 이어가야 뼈가 쌓이고, 중간에 끊으면 그동안 쌓인 게 빠르게 빠지는 약도 있어서 시작 전에 얼마나 갈지 같이 정해두는 게 좋아요.
한 가지, 골다공증 약을 쓰는 동안 치과에서 이를 뽑거나 임플란트를 심을 일이 생기면 치과에 꼭 말하세요. 드물지만 턱뼈가 잘 아물지 않는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 치과와 정형외과가 서로 알고 있어야 합니다. 거꾸로 치과 치료를 앞두고 있다면 약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끝내는 편이 낫고요.

숫자와 상관없이 오늘부터
약이 뼈를 채운다면, 생활은 넘어지지 않게 하는 쪽이에요. 골다공증이 있어도 안 넘어지면 안 부러지거든요. 화장실 바닥 매트, 침대 옆 야간등, 전선 정리, 미끄러운 슬리퍼 버리기. 시시해 보여도 고관절 골절의 대부분이 집 안에서 일어난다는 걸 생각하면 약만큼 값어치가 있어요.
운동은 뼈에 무게가 실리는 쪽이 맞아요. 걷기, 계단 오르기, 가벼운 근력 운동. 수영이나 자전거는 심장에는 좋지만 뼈에 실리는 무게가 없어서 골밀도에는 별 도움이 안 돼요. 근육이 받쳐줘야 넘어지지 않으니 근육이 30대부터 줄어든다는 글도 같이 보면 이어집니다.
칼슘은 하루 1,000mg 안팎을 음식으로 채우는 게 먼저예요. 우유 한 컵, 멸치, 두부, 들깨, 케일 같은 것들이죠. 영양제로 보충할 땐 비타민D와 같이 먹어야 흡수가 되는데, 한국 성인 대부분이 비타민D가 모자란 편이라 피검사로 한 번 확인해 보는 것도 방법이에요. 커피와 짠 음식, 술은 뼈에서 칼슘을 빼내는 쪽이니 줄이는 게 맞고요.
허리를 삐끗했는데 이상하다면
마지막으로, 글 첫머리의 그분처럼 지금 허리가 아픈 분께. 무거운 걸 들거나 엉덩방아를 찧은 뒤 허리가 아픈데, 누우면 덜하고 돌아눕거나 일어날 때 숨이 막히게 아프다면 파스로 버티지 마세요. 60세가 넘었고 여성이라면 더 그렇습니다. 엑스레이 한 장이면 압박골절인지 바로 보이고, 빨리 알면 보조기와 안정으로 끝나는 걸 늦게 알면 뼈가 더 내려앉아 시술까지 가요.
다리가 저리거나 힘이 빠지거나 소변 보기가 이상해졌다면 그날 바로 가야 하고요. 걷다 보면 다리가 저려오는 증상이 전부터 있었다면 척추관협착증 글에서 다룬 것과 겹치는지 한 번 비교해 보세요. 가까운 정형외과는 hosfind 정형외과 찾기에서 볼 수 있어요.
본 콘텐츠는 일반적인 건강 정보 제공 목적이며, 의료진의 진단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지속되면 반드시 의료기관을 방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