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 수술 날짜는 잡았는데, 렌즈를 뭘로 할지 다음 주까지 정해 오래요.”
부모님 수술을 앞둔 자녀들이 제일 많이 막히는 데가 여기예요. 단초점은 건강보험이 되고, 다초점은 비급여라 한쪽 눈에만 수백만 원이 붙는 경우도 있어요. 비싼 게 좋은 거 아닌가 싶다가도, 주변에서 “다초점 했더니 밤에 불빛이 번져서 운전을 못 하겠다”는 얘기를 들으면 다시 망설여지고요.
백내장 다초점 렌즈는 돋보기 없이 가까운 데도 보게 해주는 대신, 밤 불빛 번짐이나 대비감(흐린 데서 윤곽을 구분하는 능력)을 조금 내주는 렌즈예요. 그래서 “어느 렌즈가 더 좋냐”보다는 “그 거래가 우리 부모님 생활에 맞느냐”로 따져야 답이 나옵니다.

렌즈가 하는 일부터 짧게
백내장 수술은 뿌옇게 흐려진 수정체(눈 속 렌즈)를 빼내고 그 자리에 인공수정체를 넣는 수술이에요. 한 번 넣은 인공수정체는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평생 그대로 둡니다. 나중에 바꾸기가 쉽지 않으니 처음 고를 때 신중해지는 거고요.
단초점 렌즈는 초점이 한 거리에만 맞춰져 있어요. 보통 먼 곳에 맞추고, 그러면 수술 뒤에도 신문이나 휴대폰을 볼 땐 돋보기를 써야 해요. 다초점 렌즈는 빛을 나눠서 먼 곳과 가까운 곳(제품에 따라 중간 거리까지)에 동시에 초점이 맺히게 만든 렌즈예요. 빛을 나누다 보니 한 거리에 모이는 빛의 양은 단초점보다 적어지고, 이게 밤 번짐과 대비감 저하로 이어집니다.
서울대병원 의학정보에도 이 부분이 적혀 있어요.
“다초점 인공수정체 특성 상 수술 후 눈부심, 빛 번짐, 야간 운전 장애, 어두워 보이는 증상 등이 생길 수 있다.”
대부분은 몇 달 지나면서 뇌가 적응해 덜 신경 쓰이게 되지만, 끝까지 거슬려 하는 사람도 있어요. 누가 그쪽에 속할지는 미리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부모님 하루를 한번 떠올려 보세요
상담 가기 전에 해볼 만한 게 있어요. 부모님이 아침부터 밤까지 뭘 보면서 지내시는지 적어보는 거예요. 의외로 이걸로 많이 정리됩니다.
아침에 신문 보고, 낮엔 텃밭, 저녁엔 TV
밤 외출이 거의 없고 해 지면 집에 계신다면 다초점의 약점이 드러날 일이 적어요. 반대로 신문, 약 봉투 글씨, 휴대폰 문자처럼 가까운 걸 자주 보신다면 다초점 덕을 많이 보는 편이고요. 돋보기를 어디 뒀는지 하루에도 몇 번씩 찾으시는 분들이 수술 뒤 만족도가 높은 경우가 많아요.
다만 TV 보는 시간이 대부분이고 글씨 볼 일이 별로 없다면, 단초점을 먼 거리에 맞추고 가끔 돋보기를 쓰는 쪽도 충분히 편해요. 돈 들인 만큼 덕 볼 장면이 적은 거죠.
밤에도 운전을 하신다면
택시나 화물차처럼 직업으로 운전하시거나, 퇴근길이 매일 밤이라면 얘기가 달라져요. 맞은편 전조등이나 가로등 주변에 동그란 빛 테두리(달무리)가 보이는 게 다초점에서 흔히 나오는 불편이거든요. 이런 분들께는 단초점을 권하는 의사가 많아요.

세밀한 손작업을 오래 하신다면
바느질, 목공, 그림처럼 가까운 거리에서 정밀하게 오래 보는 일을 하시면 다초점이 편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아요. 다초점의 근거리 초점이 맞는 거리가 정해져 있어서 그 거리가 하시는 작업 거리와 안 맞으면 결국 안경을 다시 찾게 되거든요. 상담할 때 “이 렌즈는 몇 cm에서 제일 잘 보이나요”를 꼭 물어보세요.
다초점을 권하지 않는 눈도 있어요
생활이 다초점에 딱 맞아도 눈 상태 때문에 의사가 먼저 말리는 경우가 있어요.
- 황반변성, 당뇨망막병증처럼 망막에 병이 있는 경우
- 녹내장으로 시신경이 이미 약해진 경우
- 안구건조증이 심해서 각막 표면이 고르지 않은 경우 — 인공눈물로도 잘 안 잡히는 건조증이라면 수술 전에 먼저 치료부터 하자는 말을 들을 수 있어요
- 예전에 라식·라섹을 받았거나 난시가 큰 경우 (아예 안 되는 건 아니고, 검사를 더 꼼꼼히 해서 판단해요)
이런 눈은 원래도 빛이 흩어지거나 대비감이 떨어져 있어서, 빛을 나누는 렌즈가 들어가면 불편이 더 커질 수 있어요. 난시가 큰 경우엔 단초점이든 다초점이든 난시를 같이 잡아주는 토릭 렌즈를 고려하기도 합니다.
상담 날 들고 갈 질문

병원에서 렌즈 종류를 쭉 설명해 주지만, 처음 듣는 이름이 대여섯 개씩 나오면 머리에 안 남아요. 아래 몇 가지만 메모해 가셔도 상담이 훨씬 짧고 분명해집니다.
- 지금 검사로 봤을 때 다초점이 가능한 눈인지
- 권하는 렌즈가 먼 곳·중간·가까운 곳 중 어디가 제일 잘 보이는지
- 렌즈 값과 검사비를 합친 한쪽 눈 비용이 얼마인지
- 두 눈을 같은 날 하는지, 따로 하는지
- 수술 뒤 번짐이 계속 불편하면 어떻게 하는지
비급여 비용은 병원마다 차이가 꽤 나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누리집의 비급여 진료비 정보에서 병원별 금액을 미리 찾아볼 수 있으니 상담 전에 한 번 보고 가셔도 좋아요.
자주 묻는 것들
단초점을 고르면 수술 뒤에도 안경을 써야 하나요?
먼 곳에 맞췄다면 멀리 볼 땐 대개 안경 없이 지내고, 가까운 걸 볼 때 돋보기를 써요. 한쪽 눈은 먼 곳, 다른 눈은 조금 가까운 쪽에 맞춰서 돋보기 쓸 일을 줄이는 방법(단안시)도 있는데, 사람마다 적응이 달라서 미리 검사로 확인해 보고 정해요.
다초점으로 했다가 영 불편하면 바꿀 수 있나요?
렌즈를 빼고 다시 넣는 수술이 가능하긴 하지만 처음 수술보다 부담이 커요. 그래서 보통은 몇 달 적응 기간을 지켜보고, 건조증이나 후발백내장(렌즈 뒤쪽 막이 뿌옇게 되는 것)처럼 번짐을 키우는 다른 원인이 있는지부터 확인해요. 후발백내장은 레이저로 비교적 간단히 처리됩니다.
수술 뒤 눈앞에 뭔가 떠다니는데 렌즈 때문인가요?
렌즈 자체보다는 수술 뒤 원래 있던 비문증이 더 또렷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아요.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덜 신경 쓰이지만, 갑자기 개수가 확 늘거나 커튼 친 것처럼 시야 일부가 가려지면 바로 병원에 가세요. 눈앞에 까만 점이 떠다닐 때 살펴볼 것도 같이 읽어보시면 도움이 될 거예요.
결국 렌즈는 부모님 눈 검사 결과와 하루 생활을 같이 놓고 정하는 거예요. 자녀가 대신 정하기보다 상담실에 같이 들어가서, 부모님이 평소에 뭘 할 때 제일 답답해하셨는지 의사에게 직접 말씀드리게 하는 게 제일 확실합니다.
본 콘텐츠는 일반적인 건강 정보 제공 목적이며, 의료진의 진단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지속되면 반드시 의료기관을 방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