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에 눈을 떴는데 왼쪽 귀가 물속에 들어간 것처럼 먹먹합니다. 손바닥으로 귀를 막았다 뗐다 해봐도 그대로예요. 어젯밤까지는 분명 멀쩡했는데.
여기서 대부분이 같은 판단을 합니다. 귀지가 막혔나, 감기 기운인가, 피곤해서 그런가. 그리고 며칠을 지켜봅니다. 돌발성난청이 늦게 발견되는 건 증상이 애매해서가 아니라, 이 지켜보는 며칠 때문이에요. 한 사람이 그 일주일을 어떻게 흘려보내는지 따라가 볼게요. 어디서 멈췄어야 했는지가 보입니다.
월요일 아침, 귀지인 줄 알았어요
먹먹한 쪽으로 전화를 받으니 상대 목소리가 멀리서 들립니다. 반대쪽 귀로 바꾸면 괜찮아요. 그래서 귀지라고 결론을 냅니다. 면봉을 넣어보고, 샤워하면서 물을 흘려 넣어보기도 하죠.
사실 귀지가 귓구멍을 완전히 막아서 하루아침에 한쪽이 안 들리게 되는 일은 생각보다 드뭅니다. 물놀이 뒤에 귀지가 물을 먹고 부풀어 막히는 경우가 있긴 한데, 그건 물이 들어간 사건이 앞에 있어요. 아무 일도 없었는데 자고 일어나니 한쪽이 먹먹하다면, 귀지보다 안쪽 문제를 먼저 놓고 봐야 합니다.
수요일, 코를 풀고 침을 삼켜봤어요
비행기에서 귀가 먹먹할 때 하던 대로 코를 막고 숨을 불어 넣어봅니다. 침을 여러 번 삼키고, 하품도 크게 해봐요. 잠깐 뚫리는 느낌이 드는 것 같다가 다시 막힙니다.
이 방법은 귀 안쪽 압력을 조절하는 관(이관)이 막혔을 때 쓰는 거예요. 감기 끝물이나 비행기 착륙 때 생기는 먹먹함은 이렇게 풀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돌발성난청은 압력 문제가 아니라 소리를 감지하는 달팽이관 쪽 문제라서, 아무리 불어 넣어도 달라질 게 없어요. 사흘째 이 시도를 반복하고 있다면 방향이 틀린 겁니다.
주말, 삐 소리와 울림이 얹혔어요

먹먹함은 그대로인데 조용한 밤이 되면 삐 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내 목소리가 그 귀 안에서 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요. 걸을 때 살짝 붕 뜨는 느낌이 드는 날도 있습니다.
돌발성난청에서 이명은 열에 여덟아홉이 같이 겪습니다. 먹먹함, 이명, 울림이 한쪽 귀에 한꺼번에 오는 조합은 귀지나 감기에서는 잘 안 나오는 그림이에요. 이명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원인이 여러 가지지만, 갑작스러운 한쪽 난청 위에 얹힌 이명은 난청의 일부로 봐야 합니다. 이명 자체에 대해서는 귀에서 삐 소리가 나는데 그냥 둬도 될까요에서 따로 다뤘어요.
다음 주 화요일, 청력검사실
여드레 만에 이비인후과에 갑니다. 고막을 들여다보더니 깨끗하다고 해요. 귀지도 없고 염증도 없답니다. 그러고는 방음 부스로 들어가 헤드폰을 끼고 소리가 들릴 때마다 버튼을 누르는 검사를 받습니다. 결과지를 보며 의사가 말합니다. 왼쪽이 여러 음역대에서 크게 떨어져 있다고, 돌발성난청이라고, 그리고 조금 더 빨리 왔으면 좋았겠다고요.
이 검사가 순음청력검사입니다. 돌발성난청은 이 검사에서 연속된 세 음역대가 30데시벨 이상 떨어져 있고, 그게 사흘 안에 생겼을 때 붙는 이름이에요. 고막이 깨끗한데 청력이 떨어져 있다는 조합이 진단의 핵심입니다. 그래서 겉만 봐서는 알 수가 없고, 부스에 들어가야 확인이 돼요.
되감아 보면, 화요일 저녁에 갔어야 했어요
치료는 대개 먹는 스테로이드로 시작합니다. 달팽이관 안쪽 부기와 염증 반응을 가라앉히는 목적이에요. 그런데 이 약이 힘을 쓰는 시기가 정해져 있습니다. 증상 뒤 며칠 안에 시작한 사람과 2주 지나서 시작한 사람은 회복 확률이 다르고, 한 달을 넘기면 회복되는 경우가 뚝 떨어져요. 그래서 이비인후과에서는 이 병을 응급에 가깝게 다룹니다. 귀 질환 중에 그런 게 몇 안 됩니다.
월요일 아침 증상이 시작됐다면 그날이나 다음 날 가는 게 맞아요. 회사 때문에 어렵다면 늦어도 그 주 안에는 가야 하고요. 여드레는 아직 늦지 않은 편이지만, 이미 첫 일주일이라는 가장 좋은 시간을 쓴 뒤입니다.
집에서 방향을 잡는 방법 하나
입을 다물고 “음” 하고 콧노래를 내보세요. 그 소리가 어느 쪽 귀에서 더 크게 울리는지 느껴봅니다. 막힌 쪽에서 더 크게 울리면 귀지나 중이 쪽 문제일 가능성이 높아요. 귀를 손가락으로 막고 말하면 그쪽에서 더 크게 울리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반대로 멀쩡한 쪽에서 더 크게 들리고 먹먹한 쪽은 오히려 조용하다면, 소리를 감지하는 쪽이 망가진 겁니다. 이쪽이면 기다릴 이유가 없어요.
정확한 검사는 아니에요. 다만 지켜볼지 바로 갈지를 정하는 데는 도움이 됩니다.
밤에 생겼다면
자다가 새벽에 알아차렸다고 응급실로 뛸 필요는 없습니다. 응급실에는 이비인후과가 없는 경우가 많고, 청력검사 장비도 낮에 돌아가요. 아침에 문 여는 이비인후과로 바로 가는 게 빠릅니다. 밤사이 해둘 건 반대쪽 귀를 큰 소리에서 지키는 것 정도예요.
어지럼이 같이 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돌발성난청 환자의 일부는 난청과 함께 빙글 도는 어지럼을 겪습니다. 달팽이관 옆에 균형을 잡는 기관이 붙어 있어서, 같은 쪽이 같이 영향을 받는 거예요. 이 경우 회복이 더딘 편이라 병원에서도 더 촘촘하게 봅니다.
다만 어지럼과 함께 말이 어눌해지거나,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지금까지 겪어본 적 없는 두통이 오면 귀 문제가 아니라 뇌 쪽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이때는 이비인후과가 아니라 응급실이에요. 귀 어지럼과 뇌 어지럼을 가르는 기준은 어지럼증이 생겼을 때 이비인후과랑 신경과 중 어디 가야 하는지에 정리해 뒀습니다.
진료실에서 미리 말해야 하는 것들
스테로이드를 먹기 전에 의사가 꼭 물어보는 게 있는데, 미리 말하면 진료가 빨라집니다.
- 당뇨가 있는지. 스테로이드가 혈당을 올리기 때문에 있다면 약 방식을 조정합니다. 먹는 약 대신 고막을 통해 귀 안에 직접 넣는 주사로 가기도 해요.
- 위궤양이나 위염을 앓았는지, 혈압약을 먹는지.
- 증상이 시작된 날짜와 시간. 아침에 알아차렸는지, 낮에 갑자기 왔는지.
- 최근에 큰 소음에 노출됐는지, 머리를 부딪혔는지, 감기를 앓았는지.
한쪽만 온 돌발성난청은 드물게 청신경 쪽 종양이 원인인 경우가 있어서 MRI를 권하기도 합니다. 결과가 대부분 깨끗하게 나오지만, 그걸 확인하려고 찍는 거니 놀라지 않아도 돼요.
치료가 시작된 뒤, 결과는 셋 중 하나
거칠게 나누면 완전히 돌아오는 사람, 일부만 돌아오는 사람, 그대로인 사람이 비슷한 비율로 나뉩니다. 어느 쪽이 될지는 처음 청력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어지럼이 있었는지, 얼마나 빨리 시작했는지에 달려 있어요. 이 중에 환자가 손댈 수 있는 건 마지막 하나뿐입니다.
치료 중에는 이어폰 볼륨을 낮추고, 공사장이나 콘서트장처럼 시끄러운 곳은 피하세요. 반대쪽 귀까지 지켜야 하니까요. 잠은 충분히 자고, 술은 치료 끝날 때까지 쉬는 편이 낫습니다. 2주 뒤쯤 청력검사를 다시 해서 얼마나 돌아왔는지 보고, 그 결과에 따라 고막 주사를 추가할지 정합니다.
한쪽 귀가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먹먹하다면, 귀지를 의심하고 일주일을 보내는 대신 하루 이틀 안에 이비인후과에 가서 청력검사부터 받아보세요. 가까운 이비인후과는 여기서 찾을 수 있습니다.
본 콘텐츠는 일반적인 건강 정보 제공 목적이며, 의료 전문가의 진단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지속되면 반드시 의료기관을 방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