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바퀴만 당겨봐도 알아요, 물놀이 뒤 찾아오는 외이도염

⚠️ 이 글은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전문 의료인과 상담하세요.

지금 한쪽 귓바퀴를 잡고 뒤로 살짝 당겨보세요. 아무렇지 않으면 대개 넘어가도 됩니다. 그런데 이 동작 하나에 찌릿한 통증이 올라온다면 얘기가 달라져요. 귓속 깊은 곳이 아니라 입구 쪽 피부에 염증이 앉았다는 신호거든요.

귓바퀴에서 고막까지 이어지는 2~3cm 남짓한 통로를 외이도라고 불러요. 이 통로 피부에 염증이 생긴 게 외이도염입니다. 영어권에서는 아예 “수영인의 귀(swimmer’s ear)”라고 부를 만큼 물과 인연이 깊고요.

귓바퀴와 외이도 입구가 보이는 귀 클로즈업

8월에만 26만 명, 우연이 아니에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2023년 한 해 외이염으로 진료받은 사람이 240만 2,282명이었어요. 이 가운데 8월 한 달에 몰린 인원이 26만 3,452명. 7·8월 두 달을 합치면 1년 치의 21%가 여기서 나옵니다. 2014년부터 10년을 훑어봐도 꼭대기는 늘 8월이었고요.출처: 팜뉴스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빅데이터

수영장, 계곡, 워터파크가 한꺼번에 붐비는 시기와 정확히 겹치죠. 여기에 장마 끝물의 눅눅한 공기까지 더해지면 귓속은 균이 자리 잡기 딱 좋은 상태가 됩니다.

물이 문제가 아니라, 물이 남기고 간 상태가 문제예요

귀지를 더러운 것으로만 아는 분이 많은데, 사실은 방어막에 가까워요. 약산성이고 기름기가 있어서 세균이 붙기 어렵게 만들고, 외이도 피부가 마르지 않게 지켜줍니다.

물이 들어가면 이 균형이 흔들려요. 귀지가 불어 물러지고 산도가 중성 쪽으로 기울면서, 습기는 그대로 남죠. 방어선이 헐거워진 자리에 녹농균이나 포도상구균이 들어와 번식하는 게 외이도염의 흔한 시나리오예요. 곰팡이가 원인인 경우도 있지만 급성 염증에서는 10%가 채 안 됩니다.출처: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물놀이만 방아쇠가 되는 건 아니에요. 외이도가 좁거나 털이 많은 사람, 보청기나 이어폰을 오래 끼는 사람, 습진이나 지루성 피부염이 있는 경우도 걸리기 쉬워요. 당뇨가 있거나 면역이 떨어진 상태라면 더 조심해야 하고요.

중이염이랑 헷갈릴 때, 이 지점에서 갈려요

둘 다 “귀가 아프다”로 시작하니 구분이 어렵습니다. 다만 갈라지는 지점이 몇 군데 있어요.

외이도염은 바깥을 건드리면 아파요. 귓바퀴를 당기거나 귀 입구 앞쪽 작은 돌기를 누를 때 통증이 확 심해집니다. 물놀이나 목욕 뒤 며칠 안에 시작되는 편이고, 통증보다 먼저 가려움이나 귀가 꽉 찬 느낌이 오는 경우도 흔해요. 진물이 조금씩 비치기도 하고요.

중이염은 고막 안쪽 문제라 바깥을 만져도 통증이 그대로예요. 대신 감기를 앓고 난 뒤에 이어지는 일이 많고, 열이 함께 오르는 경우가 잦습니다. 아직 말을 못 하는 아이라면 귀를 자꾸 잡아당기거나 밤에 유독 보채는 모습으로 나타나요.

아이 귀에 귀 체온계를 대고 체온을 재는 모습

물론 열 하나로 딱 잘라 나눌 수는 없어요. 두 가지가 같이 오는 경우도 있고, 고막이 뚫려 진물이 흘러나오면 겉보기엔 외이도염과 비슷해 보이거든요. 결국 이경으로 들여다봐야 답이 나옵니다. 집에서는 “귓바퀴를 당겼을 때 아픈가”를 병원 가서 전할 정보 정도로 챙겨두시면 돼요.

면봉이 상황을 키웁니다

귀가 먹먹하고 가려우면 손이 면봉으로 갑니다. 시원해지는 그 몇 초가 문제예요.

면봉은 귀지를 꺼내기보다 안쪽으로 밀어 넣는 일이 더 많아요. 밀린 귀지가 통로를 막으면 습기가 더 갇히죠. 게다가 외이도 피부는 종잇장처럼 얇아서, 문지르는 것만으로도 눈에 안 보이는 상처가 납니다. 균이 들어갈 문을 직접 열어주는 셈이에요.

가려워서 후비고, 후벼서 더 가려워지는 굴레가 만성 외이도염으로 이어지기도 해요. 4주를 넘겨 끌면 외이도 피부가 두꺼워지면서 통로 자체가 좁아집니다.

물이 들어갔을 땐 그쪽 귀가 아래로 가게 고개를 기울이고 가볍게 몇 번 흔들어 빼내세요. 그래도 먹먹하면 드라이어를 가장 약한 바람, 찬 바람에 가깝게 맞춰 30cm쯤 떨어뜨려 말리는 정도가 안전합니다. 귓속에 뭘 집어넣는 방법은 되도록 피하시고요.

이런 신호라면 미루지 마세요

대부분은 며칠 안에 가라앉지만, 그냥 두면 안 되는 경우가 있어요.

가장 신경 쓰이는 건 악성 외이도염입니다. 이름이 무섭지만 암은 아니고, 염증이 피부를 넘어 주변 연골과 뼈까지 파고드는 상태를 말해요. 당뇨가 있는 어르신이나 면역이 많이 떨어진 분에게 주로 생깁니다.

백발 어르신의 귀 클로즈업

귀 주변이 붓고 열이 나거나, 귀 뒤쪽까지 아프거나, 얼굴 한쪽이 어색하게 굳는 느낌이 온다면 바로 진료를 받으세요. 진통제로 눌러지지 않아 밤잠을 설칠 만큼 아픈 경우도 마찬가지고요. 진물에서 냄새가 나거나 색이 짙어질 때, 소리가 갑자기 멀어질 때도 미룰 이유가 없습니다.

당뇨가 있다면 통증이 심하지 않아도 일찍 가보시는 편이 낫습니다. 감각이 무뎌져 있으면 진행 정도를 통증만으로 가늠하기 어렵거든요.

병원에서는 이런 순서로 봐요

먼저 이경으로 외이도를 들여다봅니다. 부기가 어느 정도인지, 진물 성질은 어떤지, 고막까지 보이는지를 확인해요.

그다음이 세정입니다. 이게 생각보다 중요해요. 통로에 분비물과 각질이 차 있으면 약을 넣어도 염증 부위까지 닿지 않거든요. 흡인기로 빨아내거나 산성 용액으로 씻어 산도를 되돌리는 과정을 먼저 거치는 이유예요. 이 처치만으로 통증이 눈에 띄게 줄기도 합니다.

이후엔 귀에 직접 넣는 국소 약을 쓰는 게 기본이에요. 너무 부어서 약이 안쪽까지 못 들어갈 정도면 얇은 거즈 심지를 넣어 약을 실어 보내기도 합니다. 소리가 멀게 들린다고 하면 청력검사를 함께 하고요. 염증이 주변 조직으로 번지지 않은 이상 주사 항생제까지 가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약을 받아 왔다면 정해진 기간은 채우세요. 통증은 이틀이면 꽤 가라앉는데, 그때 그만두면 남은 균이 다시 자리를 잡습니다.

남은 여름, 다시 안 겪으려면

물에 들어가기 전에 귀마개를 챙기는 게 가장 낫습니다. 수영모를 귀까지 덮어 쓰는 것만으로도 물 유입이 줄고요. 이미 한 번 앓았다면 재발이 잦은 편이라 더 챙기실 만합니다.

샤워 뒤에도 같은 원칙이에요. 물기를 털어내고 자연스럽게 말리기. 수건 끝을 말아 귓속을 쑤시는 습관은 면봉과 다를 바 없으니 접어두세요.

이어폰도 한몫합니다. 커널형을 오래 끼고 있으면 귓속이 밀폐돼 습기와 열이 갇혀요. 땀 흘리며 운동할 때는 특히 그렇고요. 한두 시간에 한 번은 빼서 통풍시키고, 이어팁도 가끔 닦아주세요.

귀지 청소는 안 하는 게 관리입니다. 귀지는 저절로 바깥으로 밀려 나오게 되어 있어요. 정말 막혀서 답답하다면 병원에서 빼는 편이 안전합니다.

물놀이 다녀와 하루 이틀 지나 귀가 먹먹하고 가렵기 시작했다면, 그때가 손대지 말고 지켜볼 시점이에요. 통증이 붙거나 귓바퀴를 당길 때 찌릿하다면 가까운 이비인후과에서 확인받아 보세요. 초기에는 세정과 국소 치료만으로 정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귀에서 나는 소리가 신경 쓰인다면 이명 이야기도, 어지럼이 함께 온다면 어느 과로 갈지 정리한 글도 참고가 될 거예요.

본 콘텐츠는 일반적인 건강 정보 제공 목적이며, 의료 전문가의 진단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지속되면 반드시 의료기관을 방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