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의자에 누워 있으면 의사가 손거울을 쥐여주면서 묻는 순간이 있어요. “여기 충치가 있는데, 레진으로 할까요, 인레이로 할까요?” 입은 벌린 채고, 가격표는 처음 듣는 숫자고, 뭐가 다른지는 잘 모르겠고요. 대부분 그 자리에서 “괜찮은 걸로 해주세요” 하고 맙니다.
둘의 차이는 생각보다 단순해요. 레진은 구멍에 재료를 채워 넣고 그 자리에서 굳히는 거고, 인레이는 본을 떠서 밖에서 조각을 만든 다음 붙이는 거예요. 어느 쪽이 더 좋은 치료라기보다, 충치를 긁어낸 뒤 남은 구멍이 얼마나 크고 어디까지 번졌느냐에 따라 맞는 쪽이 정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멍이 작고 씹는 면 가운데에 있다면
어금니 위쪽 홈에 까맣게 점처럼 생긴 충치, 앞니 사이에 살짝 생긴 충치. 이런 건 보통 레진으로 끝나요.
레진(복합레진)은 치아 색 플라스틱 반죽 같은 재료예요. 썩은 부분을 갈아낸 자리에 조금씩 채우고 파란 빛을 쬐어 굳힙니다. 본을 뜰 필요가 없으니 한 번 가면 끝나고, 치아를 덜 깎아도 돼요. 색도 주변 치아에 맞춰 고를 수 있어서 웃을 때 티가 잘 안 나고요.
대신 굳을 때 아주 조금 줄어드는 성질이 있어요. 구멍이 작으면 문제가 안 되는데, 구멍이 크면 그만큼 가장자리에 미세한 틈이 생길 여지가 커집니다. 커피나 카레를 자주 먹으면 몇 년 지나 경계선이 누렇게 물드는 일도 있어요.
씹는 면을 넘어 치아 옆벽까지 번졌다면
여기서부터 의사들 말이 갈리기 시작해요. 어금니와 어금니가 맞닿는 옆면까지 충치가 내려갔거나, 갈아내고 보니 구멍이 치아 폭의 절반 가까이 된다면 인레이를 권하는 쪽이 많아집니다.
인레이는 갈아낸 구멍 모양대로 본을 떠서 기공소에서 금이나 세라믹으로 조각을 만들어 끼우는 방식이에요. 처음 간 날 치아를 다듬고 본을 뜬 뒤 임시로 막아두고, 며칠에서 일주일쯤 뒤에 다시 가서 붙입니다. 밖에서 단단하게 만들어 오니까 크게 비어 있는 자리도 모양이 정확하게 맞고, 씹는 힘을 오래 버텨요.

재료끼리도 성격이 조금 달라요.
| 레진 | 금 인레이 | 세라믹 인레이 | |
|---|---|---|---|
| 치료 횟수 | 보통 1회 | 2회 이상 | 2회 이상 |
| 치아 색 | 비슷하게 맞춤 | 금색이 보임 | 비슷하게 맞춤 |
| 잘 맞는 자리 | 작은 구멍, 앞니 | 큰 구멍, 어금니 안쪽 | 큰 구멍, 웃을 때 보이는 어금니 |
| 신경 쓸 점 | 시간 지나며 변색·마모 | 보기 싫다는 사람이 많음 | 세게 이를 갈면 깨질 수 있음 |
금은 오래 봤던 재료라 안쪽 어금니엔 여전히 많이 써요. 씹을 때 맞은편 치아를 덜 닳게 하는 편이고, 가장자리가 치아에 착 붙는 성질도 좋습니다. 다만 금값이 많이 올라서, 요즘은 같은 자리에 세라믹을 고르는 사람도 늘었어요.
옆벽 한쪽이 아예 무너졌다면 크라운 얘기가 나와요
충치가 깊어서 치아 벽 하나가 얇게 남거나 이미 깨져 나갔다면, 인레이로 메우기보다 치아 전체를 씌우는 크라운을 권하기도 해요. 남은 벽이 얇은데 그 안을 채우기만 하면, 딱딱한 걸 씹다가 남은 벽이 쪼개질 수 있거든요. 충치가 신경 근처까지 갔다면 신경치료를 먼저 하고 씌우는 순서가 되고요.
그래서 같은 충치라도 치과마다 “레진으로 충분해요”와 “인레이 하셔야 해요”가 갈리는 일이 생겨요. 겉에서 보이는 점 크기보다 갈아낸 뒤 속이 얼마나 넓은지가 판단의 근거인데, 그건 엑스레이를 보거나 실제로 갈아봐야 알 수 있어서 그렇습니다. 미리 견적만 받은 것과 치료 당일 얘기가 바뀌는 경우도 같은 이유예요.

보험은 어디까지 되나요
성인 기준으로는 레진도, 인레이도 대부분 비급여예요. 병원마다 값을 정하기 때문에 같은 동네에서도 차이가 꽤 납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의 비급여 진료비 정보에서 지역별 치과 가격을 미리 비교해 볼 수 있어요.
아이라면 얘기가 달라요. 영구치 충치를 레진으로 치료하는 건 만 12세 이하까지 건강보험이 됩니다.
보건복지부는 2019년 1월 1일부터 12세 이하 아동의 영구치 광중합형 복합레진 충치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한다. 환자 본인부담금은 치과의원 기준 치아 1개당 약 2만5000원 수준이다.
— 뉴시스, 「12세 이하 광중합형 복합레진 충치치료도 건보로」 (2018.12.26 보도 요약, 기사 보기)
여기서 놓치기 쉬운 게 두 가지예요. 젖니(유치)는 이 기준에 들어가지 않고, 생일이 지나 만 13세가 되면 같은 치료도 비급여로 바뀝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 검진에서 충치가 보였다면 생일 전에 치료 일정을 잡아두세요. 금액은 2019년 발표 당시 기준이라 지금은 조금 다를 수 있어요.
참고로 은색 아말감은 나이와 상관없이 보험이 되는 재료예요. 수은 때문에 꺼리는 분이 많고 요즘은 잘 안 쓰지만, 비용이 부담된다면 선택지로 물어볼 수는 있습니다.
의자에서 내려오기 전에 물어볼 것
그 자리에서 정하기 어렵다면 이것만 물어봐도 판단이 훨씬 쉬워져요.
- 갈아낸 뒤 구멍이 치아 옆면까지 내려가나요?
- 남은 치아 벽이 얇은 편인가요, 인레이로 버틸 만한가요?
- 오늘 레진으로 했다가 나중에 인레이로 바꿀 수도 있나요?
마지막 질문은 의외로 쓸모가 있어요. 작은 충치라면 레진으로 먼저 해두고 몇 년 뒤 상태를 보자는 답이 돌아오는 경우가 흔하고, 반대로 벽이 얇다면 “레진으로 하면 금방 다시 하게 될 거예요”라는 솔직한 얘기를 듣게 됩니다. 어느 쪽이든 내 치아 속 사정을 듣고 고르는 게 가격표만 보고 고르는 것보다 낫습니다.
찬물에 시린 게 충치 때문인지 헷갈린다면 이가 시린 이유를 다룬 글을, 양치할 때 피가 같이 난다면 치은염과 치주염 구분 글도 같이 보세요. 가까운 치과는 병원찾기에서 진료과 ‘치과’로 검색하면 나와요.
본 콘텐츠는 일반적인 건강 정보 제공 목적이며, 의료진의 진단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지속되면 반드시 의료기관을 방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