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모아놓은 특가 0건 보기

해마다 추석 무렵 걸리는 코감기는 감기가 아닐 가능성이 커요

⚠️ 이 글은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전문 의료인과 상담하세요.

작년 이맘때도 코감기, 재작년에도 코감기. 달력을 거꾸로 넘겨보면 늘 9월 중순에서 10월 초 사이, 추석 앞뒤로 코가 막히기 시작했다는 분들이 있어요. 열은 없고 목도 멀쩡한데 재채기가 한번 터지면 열 번을 넘게 하고, 휴지 한 통이 하루 만에 비어요. 감기약을 먹으면 좀 나은 것 같다가 2주, 3주를 끌고요.

해마다 같은 계절에 같은 모양으로 찾아온다면 바이러스보다는 꽃가루 쪽을 먼저 의심해볼 만해요. 가을 알레르기 비염은 봄 비염보다 덜 알려져 있어서, 본인도 “환절기라 감기에 잘 걸린다”로 넘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을에 날리는 건 꽃이 아니라 잡초 꽃가루예요

꽃가루 알레르기라고 하면 봄에 흩날리는 송홧가루나 벚꽃을 떠올리기 쉬운데, 벚꽃이나 장미처럼 눈에 띄는 꽃은 원인이 거의 안 돼요. 꽃가루를 벌이 옮기니 바람에 날릴 일이 적거든요. 문제는 바람에 가루를 뿌리는 식물이고, 가을에는 그게 쑥·돼지풀·환삼덩굴 같은 잡초입니다.

기상청은 이 잡초류 꽃가루를 8월부터 10월까지 따로 예보해요. 봄(소나무·참나무)과 가을(잡초류)을 나눠서 꽃가루농도위험지수를 낮음·보통·높음·매우높음 네 단계로 알려주는데, 가을 쪽 원인으로 쑥과 환삼덩굴을 콕 집어 적어두고 있어요.

기상청 생활기상정보는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꽃가루로 봄철엔 자작나무·참나무, 가을철엔 쑥이나 환삼덩굴 같은 잡초류를 꼽고, 벚꽃이나 장미는 원인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해요.

— 출처: 기상청 「꽃가루 알레르기편」 (weather.go.kr)

환삼덩굴은 하천변이나 공터, 아파트 화단 가장자리에 덩굴째 뒤엉켜 자라는 풀이에요. 줄기에 잔가시가 있어서 스치면 따끔한 그 풀요. 도심에 산다고 안심할 수 없는 게 이 때문입니다. 벌초나 성묘로 풀밭에 들어갔다 온 다음 날 증상이 확 심해졌다면 더 의심해볼 만하고요.

소파에 앉아 휴지로 코를 막고 재채기하는 여성

감기랑 뭐가 다르냐고 물으면

콧물, 코막힘, 재채기. 증상 이름만 보면 감기와 똑같아요. 그래서 이름보다 모양을 봐야 합니다. 진료실에서 비염과 감기를 가를 때 자주 확인하는 건 이런 것들이에요.

콧물이 물처럼 줄줄 흐르나요

알레르기 비염 콧물은 맑고 묽어요. 고개만 숙여도 뚝 떨어질 정도로요. 감기는 처음엔 맑다가 며칠 지나면 누렇고 끈적해지는 편이고요. 3주가 지나도 계속 맑은 물콧물이라면 감기로 보기 어려워요.

코와 눈이 가려운가요

이게 꽤 결정적이에요. 감기는 코가 막히고 아프지, 가렵진 않거든요. 콧속이 간질간질해서 코를 자꾸 문지르거나, 눈이 가렵고 충혈되거나, 입천장이나 귓속까지 가렵다면 알레르기 쪽 신호로 봐요.

열과 몸살이 있나요

비염은 열이 안 나요. 온몸이 쑤시지도 않고요. 대신 밤에 코가 막혀 잠을 설치니 다음 날 멍하고 피곤한 건 있어요. 이걸 몸살로 착각하는 분이 적지 않습니다.

시간대를 타나요

아침에 눈 뜨자마자 재채기가 연달아 나오고 낮에 좀 가라앉는 패턴, 비염에서 흔해요. 창문 열어둔 채 잤다거나, 바깥에 널어둔 빨래를 걷어 들인 뒤 심해진다면 거의 힌트를 준 셈이고요.

그리고 제일 확실한 단서는 앞에서 말한 달력이에요. 같은 계절, 같은 증상, 몇 년째. 감기는 이렇게 날짜를 맞춰 오지 않아요.

코막힘 스프레이를 한 달째 쓰고 있다면

약국에서 사는 코 뚫는 스프레이(혈관수축제 성분)는 뿌리면 몇 분 만에 코가 시원하게 뚫려요. 그래서 손이 자주 가는데, 이 약은 며칠 정도 짧게 쓰라고 나온 약이에요. 오래 쓰면 약효가 떨어질 때마다 코 점막이 더 부어오르고, 그래서 또 뿌리고, 결국 스프레이 없이는 숨을 못 쉬는 상태가 됩니다. 이걸 약물성 비염이라고 불러요. 원래 비염보다 이게 더 골치 아픈 경우도 있어요.

감기약을 계속 먹는 것도 비슷해요. 종합감기약엔 해열진통제처럼 비염에 필요 없는 성분까지 섞여 있어서, 해마다 몇 주씩 먹을 이유가 없습니다. 비염 증상이라는 게 어느 정도 짐작된다면 약 고르는 방향부터 달라져야 해요.

이비인후과에 가면

이비인후과 진료 의자 옆 내시경과 흡인 장비가 놓인 진료대

먼저 콧속을 들여다봐요. 알레르기 비염이면 점막이 창백하게 붓고 맑은 콧물이 고여 있는 경우가 많고, 비중격(콧속 가운데 벽)이 휘었는지, 물혹(비용종)은 없는지도 같이 봅니다. 필요하면 가느다란 내시경을 넣어 안쪽까지 확인하고요.

원인을 확인하고 싶다면 알레르기 검사를 해요. 팔 안쪽에 여러 항원을 조금씩 떨어뜨려 부풀어 오르는 정도를 보는 피부반응검사, 또는 피 한 번 뽑아서 수십 가지 항원에 대한 반응을 한꺼번에 보는 혈액검사가 있어요. 가을에만 심한 줄 알았는데 검사해보니 집먼지진드기에도 반응이 나오는 경우가 흔합니다. 그러면 사계절 관리가 필요하다는 뜻이라, 검사 한 번이 꽤 쓸모가 있어요.

치료는 대개 먹는 항히스타민제나 코에 뿌리는 스테로이드 스프레이로 시작해요. 스테로이드라는 말에 겁먹는 분이 많은데, 코 점막에만 소량 작용하도록 만든 약이라 앞서 말한 코막힘 스프레이와는 성격이 전혀 달라요. 어떤 약을 얼마나 쓸지는 증상과 검사 결과를 보고 진료실에서 정하게 됩니다. 해마다 증상이 심하고 원인 항원이 뚜렷하다면 몸을 서서히 적응시키는 면역치료(알레르겐 면역요법)를 이야기하기도 해요. 몇 년씩 걸리는 치료라 상담을 충분히 해보고 결정하세요.

꽃가루 많은 날의 생활

기상청 날씨누리에서 사는 지역의 꽃가루농도위험지수를 볼 수 있어요. “높음” 이상인 날엔 이렇게 해보세요.

  • 창문은 닫아두고, 환기는 짧게. 특히 바람 부는 날 오전
  • 빨래와 이불은 실내에서 말리기. 밖에 널면 꽃가루를 한가득 묻혀 들어와요
  • 외출할 땐 마스크, 가능하면 안경이나 선글라스도
  • 집에 들어오면 겉옷을 현관에서 털고, 손과 얼굴 먼저 씻기
  • 코가 답답하면 생리식염수로 콧속 세척
  • 벌초나 성묘 가는 날은 긴소매에 마스크 챙기기

밤에 코가 막혀 입을 벌리고 자다 보면 코골이가 심해지기도 해요. 원래 코를 골던 분이라면 코골이와 수면무호흡 이야기도 한번 같이 보세요. 열이 나고 온몸이 쑤시는 쪽이라면 비염보다는 감기와 독감을 구별하는 글이 더 맞을 거예요.

그냥 넘기지 말아야 할 때

한쪽 코만 계속 막히고 피가 섞인 콧물이 나온다면 비염으로 넘기지 말고 이비인후과에서 콧속을 확인받으세요. 누런 콧물과 함께 광대뼈나 이마 쪽이 묵직하게 아프고 열까지 난다면 부비동염(축농증)일 수 있어요. 기침이 밤마다 심해지거나 숨 쉴 때 쌕쌕 소리가 난다면 비염이 천식과 같이 온 건 아닌지 봐야 하고요.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도 비염을 알레르기성과 비알레르기성으로 나누고, 원인에 따라 관리가 달라진다고 설명하고 있어요(국가건강정보포털 「만성비염」).

해마다 이맘때 휴지 한 통씩 비우는 게 당연한 일은 아니에요. 올해는 증상이 시작될 때 한 번 원인을 확인해보면, 내년 가을은 좀 다르게 맞을 수 있습니다.

본 콘텐츠는 일반적인 건강 정보 제공 목적이며, 의료 전문가의 진단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지속되면 반드시 의료기관을 방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