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에서 티눈밴드를 사다 붙이고, 사나흘 뒤에 허옇게 불은 살을 떼어냅니다. 좀 편해진 것 같아서 잊고 지내다가 한 달쯤 지나 보니 그 옆에 작은 게 하나 더 생겨 있어요. 다시 붙이고, 또 떼고. 이 순서로 반년을 보내고 피부과에 오는 분이 정말 많습니다.
여기서 하나만 기억하면 돼요. 티눈은 번지지 않습니다. 눌리는 자리에 하나 생기는 병이지, 옆으로 새끼를 치는 병이 아니에요. 처음 것 옆에 새로 돋았다면, 처음부터 티눈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사마귀는 그렇게 번지거든요.

생긴 이유부터 정반대예요
티눈은 눌려서 생겨요. 볼 좁은 구두에 새끼발가락이 닿는 자리, 발볼 아래 뼈가 튀어나온 자리처럼 한 지점이 계속 압력을 받으면 피부가 스스로를 지키려고 각질을 두껍게 쌓습니다. 그 각질이 밖으로 못 자라고 안쪽으로 파고들어 원뿔 모양의 단단한 심이 되면 그게 티눈이에요. 굳은살이 넓게 퍼진 형이라면 티눈은 한 점에 못처럼 박힌 형이라고 보면 됩니다.
사마귀는 바이러스예요.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가 피부의 작은 틈으로 들어가 각질 세포를 부풀려 놓은 겁니다. 공용 샤워장 바닥, 수영장, 집 욕실 발매트에서 옮기도 하고, 본인 손으로 뜯다가 손가락으로 옮기기도 해요. 남에게도 옮고, 내 몸 안에서도 옮깁니다.
원인이 다르니 해법도 갈려요. 티눈은 심을 파내고 눌리는 원인을 없애면 끝이고, 사마귀는 바이러스가 든 조직을 없애야 끝납니다. 어느 쪽인지 모른 채 밴드부터 붙이면 절반은 헛수고가 되는 이유예요.
집에서 손으로 해보는 구분법
확실한 건 피부과에서 겉을 살짝 깎아 밑을 보는 거지만, 그전에 손으로 알아볼 수 있는 단서가 몇 가지 있어요.
어디에 생겼나
티눈은 체중이 실리거나 신발에 닿는 자리에만 생겨요. 발볼 아래, 새끼발가락 바깥쪽, 발가락 관절 위. 발바닥 움푹한 아치나 발가락 옆면처럼 눌릴 일이 없는 자리에 생겼다면 티눈으로 보긴 어렵습니다. 다만 발바닥 사마귀도 체중이 실리는 자리에 생기면 눌려서 납작해지니, 위치만으론 반쯤만 맞아요.
눌러보고, 집어보세요
이게 제일 쓸 만해요. 위에서 똑바로 눌렀을 때 아픈 건 티눈 쪽이에요. 심이 못처럼 박혀 있어서 밟히면 속까지 찌릿하거든요. 반대로 양옆에서 집었을 때 더 아픈 건 사마귀 쪽입니다.
사마귀는 점상출혈, 유두 모양의 돌출된 표면, 병변 부위에 지문 끊김이 나타나며, 티눈은 중심부에 뚜렷한 각질핵이 나타납니다. 사마귀는 옆으로 잡으면 통증을 호소하고, 티눈은 중심핵을 압박하면 통증을 호소합니다.
— 출처: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굳은살과 티눈」 (health.kdca.go.kr)
표면의 결을 보세요
발바닥에도 손가락처럼 지문이 있어요. 티눈은 그 결이 병변 위로 그대로 지나갑니다. 사마귀는 그 자리에서 결이 끊기고, 표면이 오돌토돌 거칠어요. 겉껍질을 살짝 벗겨 보면 깨알 같은 검은 점이 여러 개 보이는데, 이건 사마귀 안으로 자라 들어온 작은 혈관이 막힌 흔적이에요. 티눈은 벗겨 봐도 가운데 반투명하고 딱딱한 심 하나만 보입니다.
개수가 늘고 있나
티눈은 한 자리에 하나가 몇 달씩 버텨요. 사마귀는 시간이 지나면 주변에 작은 것들이 돋아 올라옵니다. 큰 것 하나 주위에 좁쌀만 한 게 서너 개 둘러싸고 있다면 거의 사마귀예요. 아이 손가락에 오돌토돌한 게 여러 개 있는 경우도 대부분 이쪽입니다.
넷 중 둘 이상이 사마귀 쪽으로 기운다면 밴드를 사지 말고 피부과로 가세요.
티눈밴드가 사마귀를 번지게 하는 방식
티눈밴드의 주성분인 살리실산은 두꺼운 각질을 녹이는 약이에요. 티눈엔 잘 듣고, 사실 사마귀에도 쓰이는 성분이긴 합니다. 문제는 약이 아니라 그다음 손질이에요.
밴드는 병변보다 크게 붙게 되니 주변 멀쩡한 피부까지 허옇게 불어요. 불은 피부는 바이러스가 들어가기 딱 좋은 문이고요. 거기에 불은 살을 손톱깎이나 면도날로 깎아내고, 그 도구로 다른 발가락도 손질하고, 뜯어낸 손으로 다른 데를 만집니다. 이 과정에서 옆으로, 반대쪽 발로, 손가락으로 옮겨가요. 밴드 하나로 시작했다가 발바닥 대여섯 군데로 늘어 오는 분은 대개 이 경로를 밟았습니다.
그리고 살리실산은 사마귀 뿌리까지 닿질 못해요. 겉만 녹이고 밑에 바이러스는 남으니, 편해졌다 싶으면 몇 주 뒤 같은 자리에서 다시 올라옵니다.

피부과에서는 이렇게 갈라요
진료실에서 하는 일은 단순해요. 겉 각질을 살짝 깎아서 밑을 봅니다. 검은 점이 촘촘히 나오면 사마귀, 반투명한 심이 나오면 티눈. 대개 여기서 결론이 나고, 애매하면 확대경으로 들여다봐요.
티눈으로 나오면 심을 파내고 각질 연화제를 처방하는데, 진료의 절반은 신발 이야기예요. 어떤 신발을 주로 신는지, 굽 높이는 어떤지, 발가락 뼈가 튀어나온 데는 없는지. 심을 파내도 같은 신발을 신으면 같은 자리에 또 생기거든요. 뼈 모양 자체가 원인이면 깔창이나 패드를 맞추기도 하고, 정형외과 쪽으로 넘기기도 합니다.
사마귀로 나오면 선택지가 여럿이에요. 가장 흔한 건 냉동치료로, 영하 196도 액화질소를 뿌려 사마귀 조직을 얼렸다 녹이길 반복합니다. 1~3주 간격으로 여러 번 오게 되고, 치료 뒤 물집이 잡히거나 며칠 욱신거리는 건 흔한 일이에요. 그 밖에 레이저로 태우거나,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약을 바르거나, 병변에 직접 주사를 놓는 방법도 있습니다. 어느 걸 고르느냐는 위치와 개수, 나이, 아프면 안 되는 사정이 있는지에 따라 달라져요.
미리 알고 시작하면 좋은 게 하나 있어요. 사마귀는 한 번에 끝나는 경우가 드뭅니다. 남은 바이러스를 몸이 스스로 정리하지 못하면 다시 자라기 때문에, 서너 번 치료를 잡아두고 오는 편이 마음이 편해요.

아이 손발이면 조금 다르게 봐요
티눈도 사마귀도 10대에 제일 많아요. 발이 갑자기 커지는 시기라 안 맞는 신발을 신는 날이 많고, 사마귀는 면역이 아직 바이러스를 잘 못 다루는 나이라 그렇습니다.
대신 아이 사마귀는 어른과 다르게 저절로 없어지는 일이 흔해요. 그래서 개수가 안 늘고 아프지도 않다면 일단 지켜보자는 판단을 내리기도 합니다. 냉동치료가 꽤 아프기 때문에 어린아이에겐 치료 자체가 부담이기도 하고요. 반대로 손톱 밑으로 파고들거나, 몇 주 사이 늘어나거나, 걷기 싫어할 만큼 아파한다면 기다릴 이유가 없어요.
아이가 손톱을 물어뜯거나 손가락을 빠는 습관이 있으면 손 주변 사마귀가 잘 안 없어져요. 얼굴이나 목에 살구색으로 납작하게 돋는 편평사마귀는 긁은 자리를 따라 줄지어 번지니, 긁지 않게 하는 게 치료만큼 중요합니다.
없앤 뒤에 남는 숙제
티눈 쪽 숙제는 신발이에요. 볼 좁은 구두, 굽 높은 신발, 반대로 너무 헐렁해서 안에서 발이 미끄러지는 운동화. 발볼이 넓고 바닥이 푹신한 쪽으로 바꾸고, 뼈 튀어나온 자리엔 패드를 대주면 재발이 확 줄어요.
사마귀 쪽 숙제는 옮기지 않기예요. 공용 샤워장이나 수영장에선 슬리퍼를 신고, 발 닦는 수건은 따로 쓰고, 손톱깎이는 가족끼리 나눠 쓰지 마세요. 그리고 뜯지 마세요. 손으로 뜯는 순간 손가락으로 옮겨갑니다.
여름내 발을 괴롭히던 무좀과 같이 온 분도 있는데, 발가락 사이 피부가 헐어 있으면 사마귀 바이러스가 들어오기도 쉬워요. 둘 다 있다면 같이 봐야 합니다.
집에서 손대면 안 되는 경우
당뇨가 있는 분은 발에 난 건 뭐든 집에서 깎지 마세요. 티눈밴드도 안 됩니다. 감각이 무뎌져 상처가 난 줄 모르고 지내다 궤양으로 가는 일이 드물지 않아요. 작은 티눈이라도 병원에서 처리하는 게 맞습니다.
병변에서 피가 자주 나거나, 색이 검게 변하거나, 몇 주 사이에 눈에 띄게 커진다면 티눈이나 사마귀가 아닌 다른 병일 수 있으니 미루지 말고 피부과에 보여주세요. 발바닥 사마귀가 아파서 걸음이 바뀌었다면 그것도 진료를 당길 이유예요. 걸음이 틀어지면 무릎과 허리가 뒤따라 아파오거든요.
본 콘텐츠는 일반적인 건강 정보 제공 목적이며, 의료 전문가의 진단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지속되면 반드시 의료기관을 방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