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아이 장염, 굶기는 게 능사가 아니에요

⚠️ 이 글은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전문 의료인과 상담하세요.

새벽에 아이가 칭얼대다가 이불에 왈칵 토해버리는 밤이 있어요. 놀란 마음에 등을 두드려주다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설사까지 시작되죠. 한겨울 노로바이러스야 워낙 유명하니 그러려니 하는데, 7월 한복판에 장염이라니 좀 억울합니다. 그런데 소아청소년과 대기실은 여름에도 장염 아이들로 꽤 붐벼요. 범인이 겨울과 다를 뿐이에요.

겨울 장염과 여름 장염, 범인이 달라요

겨울 장염은 대부분 노로바이러스나 로타바이러스가 일으켜요. 반면 여름엔 세균이 주인공이 되는 일이 많아요. 살모넬라, 병원성 대장균, 캄필로박터 같은 이름들이요. 기온이 30도를 넘나들면 음식 상하는 속도가 확 빨라지고, 계란이나 덜 익힌 고기, 아침에 싸서 오후에 먹는 도시락에서 세균이 순식간에 불어나거든요.

물놀이도 한몫해요. 아이들은 물장구치면서 물을 제법 삼키는데, 관리가 덜 된 물이라면 그 자체가 감염 경로가 돼요. 물놀이장 다녀온 뒤 단체로 배앓이했다는 얘기, 어린이집 단톡방에서 한 번쯤 보셨을 거예요.

증상만 보고 바이러스인지 세균인지 부모가 가려내긴 어려워요. 다만 세균성은 열이 높게 나고 변에 피가 비치는 경우가 좀 더 있습니다. 이 얘기는 아래에서 다시 할게요.

토하는 동안엔 위를 잠깐 쉬게 해주세요

아이가 토하고 나면 뭐라도 먹여야 할 것 같아 마음이 급해져요. 그런데 토한 직후에 물을 벌컥벌컥 마시게 하면 십중팔구 도로 게워냅니다. 위가 뒤집혀 있는 상태라 그래요.

마지막으로 토한 뒤 30분에서 한 시간쯤은 아무것도 주지 말고 기다려 보세요. 그다음에 물이나 경구수분보충액을 한두 숟갈씩, 5~10분 간격으로 조금씩 늘려가며 먹이는 방식이 안전해요. 약국에서 파는 경구수분보충액은 수분과 전해질, 당분이 탈수를 되돌리기 좋게 배합돼 있어서,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물건이에요.

운동할 때 마시는 이온음료로 대신하는 집도 많은데, 당이 생각보다 많아서 설사를 오히려 부추길 수 있어요. 없는 것보단 낫지만 첫 선택은 아니라는 정도로 기억해 두시면 돼요.

설사가 시작되면, 굶기지 말고 먹이세요

“장을 비워야 낫는다”며 하루 이틀 굶기던 시절이 있었죠. 지금은 반대로 갑니다. 구토가 멎고 아이가 먹을 만해하면 되도록 빨리 평소 식사로 돌아가는 쪽이 장 점막 회복에 낫다고 알려져 있어요.

물론 첫 끼부터 기름진 걸 먹이자는 얘기는 아니에요. 흰죽이나 진밥, 바나나, 삶은 감자처럼 담백한 것부터 시작해서 하루 이틀에 걸쳐 원래 식단으로 넓혀가면 돼요. 튀김이나 과일주스, 우유 같은 유제품은 며칠만 미뤄두시고요.

지사제를 임의로 먹이는 건 피하세요. 세균성 장염일 땐 설사가 나쁜 것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통로 역할도 하는데, 이걸 억지로 막으면 경과가 나빠질 수 있거든요. 지사제가 필요한 상황인지는 진찰한 의료진이 판단할 몫이에요.

이런 모습이면 밤이라도 병원으로

장염 자체보다 무서운 건 탈수예요. 아이가 어릴수록 몸에서 수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 반나절 만에도 훅 빠질 수 있어요.

  • 소변(기저귀)이 8시간 넘게 없다
  • 울어도 눈물이 잘 안 난다
  • 입술과 혀가 바짝 말라 있다
  • 축 처져서 눈을 잘 못 맞춘다

이 중 하나라도 보이면 시간 따지지 말고 야간 진료든 응급실이든 바로 가세요. 변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토사물이 초록빛(담즙)을 띠거나, 배 한쪽을 콕 집어 아파하거나, 열이 사흘 넘게 이어질 때도 마찬가지예요. 6개월이 안 된 아기라면 기준을 더 낮춰 잡으셔야 하고요.

진료실에서 보호자와 상담하는 의사

어린이집은 언제부터 보낼까요

토와 설사가 완전히 멎고 하루 이틀 지난 뒤가 무난해요. 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변으로는 균이 며칠 더 나올 수 있어서, 너무 서두르면 반 전체가 돌아가며 앓는 수가 있거든요. 어린이집마다 등원 기준이 따로 있으니 선생님께 미리 물어보시는 게 깔끔합니다.

집 안 전파도 은근히 흔해요. 아이 변을 치운 뒤 비누로 30초 손 씻기, 수건 따로 쓰기, 아이가 먹다 남긴 음식에 손대지 않기. 이 세 가지만 지켜도 온 가족이 차례로 앓는 사태는 대부분 피할 수 있어요. 어린이집에서 도는 여름 감염병이라면 수족구 이야기도 같이 읽어둘 만해요.

다행히 아이 장염은 대부분 며칠이면 지나가요. 겁먹을 일보다 지켜볼 일이 많은 병이죠. 다만 위에 적은 신호가 하나라도 보이면 망설이지 말고 가까운 소아청소년과를 찾아주세요.

본 콘텐츠는 일반적인 건강 정보 제공 목적이며, 의료 전문가의 진단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지속되면 반드시 의료기관을 방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