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에 2만 5,297명이었습니다. 2024년엔 12만 2,614명이 됐고요. 스무 살 넘은 성인 가운데 ADHD로 진료를 받은 사람 숫자입니다. 4년 만에 4.85배. 30대만 떼어 보면 6,194명에서 4만 679명으로 6.5배 넘게 뛰었어요.
이쯤 되면 드는 생각이 있죠. 요즘 사람들이 갑자기 산만해진 걸까, 아니면 없던 병을 만들어 붙이는 걸까. 둘 다 아닙니다. 진료 통계가 뛰었다는 건 병이 늘었다는 뜻이 아니라, 그동안 병원에 안 오던 사람들이 오기 시작했다는 쪽에 가까워요.
숫자를 조금 더 뜯어봅니다
2024년 기준으로 가장 많은 건 여전히 10대예요. 9만 2,704명, 전체의 35.6%입니다. 그 뒤를 20대 6만 5,927명, 30대 4만 679명이 잇고요. 눈여겨볼 건 총량이 아니라 기울기입니다. 4년 사이 30대는 6.57배, 그중 30대 여성은 2,325명에서 2만 624명으로 8.87배가 됐어요.
연령대마다 증가폭이 이렇게 다르면 원인도 갈라서 봐야 합니다. 아이들 사이에 뭐가 유행한 게 아니거든요. 어릴 때 걸러지지 않은 사람들이 어른이 되어 진료실 문을 열고 있는 겁니다.
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남인순 의원실 제공), 2025년 9월 공개. 보도 원문 보기
어른이 돼서 새로 생기는 병은 아닙니다
진단 기준을 보면 이 부분이 분명해져요. ADHD는 증상이 열두 살 이전에 나타났어야 이름이 붙습니다. 스물아홉에 처음 병원에 갔더라도 확인하는 건 지금의 상태만이 아니라 초등학교 때 어땠느냐예요.
그래서 첫 진료가 깁니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 20년 전 일을 되짚어야 하니까요. 성인 기준으로는 부주의 항목 아홉 개 중 다섯 개 이상, 또는 과잉행동·충동성 항목 아홉 개 중 다섯 개 이상이 여섯 달 넘게 이어져야 합니다. 그것도 한 군데가 아니라 집이든 직장이든 두 곳 이상에서 실제로 지장이 있어야 해요. 회사에서만 힘들다면 다른 이유를 먼저 찾습니다.
학교 다닐 땐 왜 안 걸러졌을까
교실에서 눈에 띄는 아이는 대체로 뛰어다니는 쪽입니다. 자리에 앉아 있질 못하고 수업을 끊고 옆자리를 건드리는 아이요. 이런 경우엔 부모가 불려 가고 상담이 붙어요.
문제는 반대쪽입니다. 조용히 앉아 있는데 머릿속이 딴 데 가 있는 아이는 아무도 부르지 않아요. 준비물을 자주 빼먹고 숙제가 밀리고 시험지 뒷장을 통째로 안 넘겨도 “덜렁댄다”로 정리되고 끝납니다. 부주의가 주로 오는 유형이 여기 해당해요.
이 유형은 여자아이에게서 더 흔하게 보고돼 왔습니다. 30대 여성 진료 인원이 유독 가파르게 는 배경도 여기와 무관하지 않고요. 성적이 나쁘지 않았다면 더더욱 넘어갑니다. 머리로 버틸 수 있는 동안엔 티가 안 나거든요.
그러다 사회에 나오면 드러납니다
학교엔 시간표가 있고 종이 치면 다음 시간이에요. 어디까지 하라고 누가 정해줍니다. 회사는 안 그렇죠. 뭘 먼저 할지 스스로 정하고 마감을 스스로 관리하고 끝나면 다음 걸 스스로 찾아야 해요. 밖에서 붙잡아 주던 뼈대가 사라지는 셈입니다.
그래서 어른의 ADHD는 산만함보다 이런 모양으로 나옵니다.
- 일을 시작하기까지 몇 시간이 걸리고, 마감 직전에야 몰아서 한다
- 회의에서 분명히 들었는데 나오면 남아 있지 않다
- 지갑, 카드, 서류를 반복해서 잃어버리고 같은 물건을 두 번 산다
- 재미있는 일에는 몇 시간씩 빠져 있다가 정작 급한 걸 놓친다
- 사소한 말에 확 욱했다가 금방 후회한다
- 상대 말이 끝나기 전에 끼어든다
목록만 보면 안 걸리는 사람이 없어 보이죠. 그게 이 병의 골치 아픈 지점이에요. 누구나 가끔은 그럽니다. 갈리는 건 빈도와 기간, 그리고 그걸로 실제 손해를 보고 있느냐예요. 지각으로 경위서를 쓰고 마감을 놓쳐 팀에 피해가 가고 같은 이유로 이직을 반복하는 수준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자가진단 테스트가 알려주는 것, 못 알려주는 것
인터넷에 도는 성인 ADHD 체크리스트는 대부분 ASRS에서 나왔어요. 세계보건기구가 만든 성인 ADHD 자가보고 척도(Adult ADHD Self-Report Scale)로, 18문항 중 앞의 6문항이 선별용입니다.

여기서 한 단어를 잘 봐야 합니다. 선별이에요. 진단이 아니고요. 선별도구는 놓치는 사람이 없게 그물을 넓게 던지도록 설계돼 있어서, 해당되지 않는 사람도 꽤 걸립니다. 점수가 높게 나왔다는 건 “한번 확인해볼 만하다” 정도로 읽는 게 맞아요.
진료실에서는 비슷하게 보이는 것들을 먼저 걷어냅니다.
- 몇 달째 이어진 수면 부족 — 잠이 모자라면 주의력은 누구나 떨어집니다
- 갑상선 기능 이상이나 빈혈처럼 피검사로 확인되는 것들
- 우울, 불안 — 집중이 안 되는 건 우울증에서도 흔한 증상이에요
- 술과 카페인 과다
이 중 하나가 원인이라면 그쪽을 먼저 정리해야 해요. 잠을 못 자서 흐릿한 건데 ADHD 쪽으로만 파고들면 방향이 어긋납니다. 몇 주째 잠을 못 자고 있는 상태가 앞에 있는 건 아닌지부터 갈라보세요.
진료실에 뭘 들고 가면 좋을까
어릴 때 이야기를 되짚어야 하니 그날의 기억에만 맡기면 부실합니다. 아래를 챙겨 가면 진료가 훨씬 수월해져요.

- 초등학교 생활기록부 — 행동발달 사항에 담임 코멘트가 남아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발급돼요
- 옛날 통지표, 알림장, 상담 기록이 집에 남아 있다면 그것도
- 부모나 형제의 기억 — 같이 오거나, 어려우면 미리 물어보고 메모해 가세요
- 최근 2~3주 기록 —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놓쳤는지 날짜와 함께
마지막 항목이 생각보다 큽니다. “집중이 안 돼요” 한마디보다 “화요일 회의 자료를 두 번 다시 만들었고 목요일에 카드를 또 잃어버렸다”가 훨씬 많은 걸 말해주거든요.
자주 묻는 것들
검사는 어떤 걸 받나요?
문진이 중심입니다. 필요하면 주의력을 재는 컴퓨터 검사나 심리검사를 함께 보기도 해요. 다만 어떤 검사도 그것만으로 결론을 내지는 않습니다. 검사 결과와 어릴 적 이력, 지금 생활에서 겪는 지장을 다 놓고 판단해요.
어릴 때 진단받은 적이 없는데도 성인 ADHD일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기준이 요구하는 건 열두 살 이전에 “증상이 있었을 것”이지 “진단을 받았을 것”이 아니에요. 조용한 유형이었거나 성적에 가려졌던 경우가 여기 해당합니다.
진료 기록이 남아서 불이익이 생기지 않을까요?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기록은 본인 동의 없이 회사나 학교로 넘어가지 않습니다. 다만 민간 보험 가입 심사에서 고지 의무가 생기는 경우가 있어, 가입을 앞두고 있다면 그 부분만 따로 확인해보세요.
어느 과로 가야 하나요?
정신건강의학과입니다. 성인 진료를 보는 곳인지 예약 전에 한 번 확인하면 헛걸음을 줄일 수 있어요. 소아청소년 위주로 운영하는 곳도 있거든요.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 찾아보기
다시 그 숫자로
진료 인원이 다섯 배가 됐다는 건, 뒤집으면 그 전까지 10만 명 가까이가 이유를 모른 채 자기 탓만 하고 있었다는 뜻이기도 해요. 게을러서 그런 줄 알고 30년을 보낸 사람이 많습니다. 체크리스트를 눌러보는 것까지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요. 그다음 한 발이 다를 뿐입니다.
본 콘텐츠는 일반적인 건강 정보 제공 목적이며, 의료 전문가의 진단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지속되면 반드시 의료기관을 방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