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대상포진 주사 예약하려고요.” 병원에 전화를 걸면 거의 꼭 되묻는 말이 있어요. “한 번 맞는 걸로 하실 거예요, 두 번 맞는 걸로 하실 거예요?”
대상포진 백신은 종류가 크게 둘이에요. 약하게 만든 살아 있는 바이러스를 넣는 생백신, 그리고 바이러스 껍질의 단백질 한 조각만 넣는 재조합 백신이요. 생백신은 한 번, 재조합 백신은 두 번 맞아요. 가격은 두 번짜리가 두세 배 비싸고요. 여기까지만 들으면 “그럼 싼 걸로 한 번에 끝내자” 싶은데, 고르기 전에 같이 봐야 할 숫자가 몇 개 더 있어요.
숫자 하나, 51과 97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대상포진을 얼마나 막았는지를 본 숫자예요. 생백신은 60세 이상에서 약 51%, 재조합 백신은 50세 이상에서 약 97%였어요. 나이를 70세 이상으로 좁히면 차이가 더 벌어져요. 생백신은 40%를 밑돌고, 재조합 백신은 90% 안팎을 지켰거든요.
나이 들수록 면역이 약해져서 대상포진이 잘 생기는 건데, 바로 그 나이대에서 생백신이 힘을 덜 쓰는 셈이에요. 시간이 지나면서 효과가 줄어드는 속도도 생백신 쪽이 빨라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020년 이후 생백신 사용을 중단하고, 50세 이상 성인에게 재조합 백신 2회 접종을 권고하고 있어요. 예전에 생백신을 맞은 사람도 재조합 백신을 다시 맞도록 안내해요.
국내에서는 두 가지가 모두 쓰이고 있어요. 생백신이 나쁜 백신이라는 뜻은 아니고, 예산이나 상황에 따라 고를 여지가 남아 있는 거죠.
숫자 둘,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에겐 0
생백신은 아무리 약하게 만들었어도 살아 있는 바이러스예요. 그래서 몸이 그걸 눌러둘 힘이 없으면 맞을 수 없어요.
- 항암치료 중이거나 끝난 지 얼마 안 된 경우
- 스테로이드를 높은 용량으로 오래 먹고 있는 경우
- 류마티스관절염 같은 병으로 면역억제제나 생물학적 제제를 쓰는 경우
- 장기이식을 받았거나 HIV 감염이 있는 경우
이런 분들은 선택지가 재조합 백신 하나예요. 문제는 정작 본인은 “그냥 관절약 먹고 있다”고만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거예요. 접종 전 문진표에 먹는 약 이름을 빠짐없이 적어 가세요. 약 봉투나 처방전을 사진으로 찍어 가면 제일 확실하고요.
재조합 백신은 바이러스가 들어 있지 않아서 이런 경우에도 맞을 수 있고, 국내에서는 대상포진 위험이 높은 18세 이상 성인까지 접종 대상이 넓어졌어요.

숫자 셋, 2개월에서 6개월
재조합 백신 두 번째 주사는 첫 주사 후 2~6개월 사이에 맞아요. 이 간격을 놓치면 처음부터 다시 맞아야 하느냐고 많이들 묻는데, 그렇지는 않아요. 6개월이 지났더라도 생각났을 때 두 번째를 맞으면 돼요. 다만 한 번만 맞고 끝내면 기대한 만큼 막아주지 못하니까, 첫 접종 날 두 번째 날짜까지 잡고 나오는 게 편해요.
하나 미리 알아둘 게 있어요. 재조합 백신은 맞은 뒤 반응이 꽤 있는 편이에요. 주사 맞은 팔이 욱신거리고 붓는 건 흔하고, 하루 이틀 몸살 기운이나 미열이 오는 사람도 적지 않아요. 보통 2~3일이면 가라앉아요. 그래서 다음 날 중요한 일정이 있거나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한다면 날짜를 피해서 잡으세요. 부모님이 혼자 사신다면 맞고 온 날 저녁에 전화 한 통 드리는 것도 좋고요.
생백신은 한 번으로 끝나고 이런 반응도 덜한 편이에요. 한 번에 끝난다는 편리함이 장점인 건 분명해요.
숫자 넷, 8주와 6개월~1년
이미 뭔가 맞았거나 앓은 사람이 헷갈리는 숫자예요.
예전에 생백신을 맞았다면, 재조합 백신을 추가로 맞을 수 있어요. CDC 기준으로는 생백신 접종 후 최소 8주가 지나면 돼요. 몇 년 전에 한 번 맞은 분이 “나는 이미 맞았는데” 하고 넘기는 경우가 많은데, 생백신 효과는 해가 갈수록 줄어드니 다시 한번 따져볼 만해요.
대상포진을 이미 앓았다면, 한 번 걸렸다고 평생 안 걸리는 병이 아니에요. 다시 생기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아요. 보통은 물집이 다 낫고 6개월에서 1년쯤 지나서 접종을 권하는 경우가 많고, 정확한 시점은 진료 때 물어보세요. 대상포진이 어떻게 시작하는지는 한쪽 몸이 따끔거리는 초기 신호 글에, 젊은 나이에도 생기는 이유는 대상포진은 나이 든 사람만 걸리는 병 아닌가요 글에 정리해 뒀어요.
그래서 부모님께는 어느 쪽이 맞을까요
정답은 사람마다 달라요. 그래도 대략 이렇게 갈려요.
70세가 넘으셨거나, 당뇨·만성 콩팥병처럼 오래 관리 중인 병이 있거나, 면역을 누르는 약을 드시고 계시면 재조합 백신 쪽으로 기울어요. 이 경우 생백신은 효과가 낮거나 아예 맞을 수 없으니까요.
50~60대 초반으로 건강하고, 두 번 병원에 오가기가 정말 어렵고, 비용 부담이 크다면 생백신도 선택지로 남아요. 안 맞는 것보다는 하나라도 맞는 게 나아요.
비용은 둘 다 비급여라 병원마다 차이가 꽤 나요. 대략 생백신은 10만 원대 중후반, 재조합 백신은 한 번에 20만 원대라 두 번이면 40~50만 원 넘게 들어요. 몇몇 시·군·구는 65세 이상이나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접종비를 지원하니까, 예약 전에 주소지 보건소에 한 번 물어보세요. 지원 여부와 대상은 질병관리청 예방접종도우미에서도 확인할 수 있어요.
접종은 가까운 내과나 가정의학과에서 대부분 해요. 재조합 백신은 미리 주문해 두는 곳이 많아서, 전화로 재고부터 확인하고 가면 헛걸음이 없어요.
본 콘텐츠는 일반적인 건강 정보 제공 목적이며, 의료진의 진단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지속되면 반드시 의료기관을 방문하세요.